세포 농업, 동물 없는 축산의 새로운 패러다임

1. 세포 농업의 개념과 등장 배경: 지속 가능한 단백질 생산을 위한 혁신 기술

세포 농업(Cellular Agriculture)은 동물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식용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로, 배양육, 배양 유제품, 배양 해산물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가축 사육 방식이 아닌 세포 배양을 통해 축산물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동물 없는 축산'으로도 불린다. 세포 농업은 환경 부하 저감, 동물복지 개선, 식량 안보 강화 등을 목표로 등장한 대체 단백질 생산 기술이다.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와 소득 향상으로 육류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축 사육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토지 및 물 자원 고갈, 동물 학대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보다 지속 가능한 방식의 단백질 생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세포 농업이다. 세포 농업은 에너지 및 토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면서도 양질의 동물성 단백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축산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와 신종 가축 질병 발생 증가로 식량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포 농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만큼, 대체 단백질 생산 기술로서 세포 농업의 가치는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가 협력하여 세포 농업 분야의 기술 혁신과 상용화를 가속화해 나간다면 식량 위기 극복은 물론, 환경과 동물복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세포 농업의 기술적 원리와 생산 과정: 동물 세포 배양을 통한 식용 단백질 생산

세포 농업은 살아있는 동물의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배양액에서 증식시킨 뒤, 근육 세포로 분화시켜 식용 가능한 세포 배양물을 얻어내는 기술이다. 세포 농업의 핵심은 체외에서도 세포의 증식과 분화가 가능하도록 최적의 배양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양분과 성장 촉진 물질이 포함된 배양액의 조성, 온도와 습도, 산소 공급 등 배양 조건의 정밀 제어가 필수적이다.

세포 농업의 생산 과정은 크게 세포주 확립, 세포 증식, 세포 분화, 조직화의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도축 과정에서 얻은 동물 조직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분리해 불멸화시킨 뒤 마스터 세포은행(MCB)을 구축한다. 여기서 배양에 적합한 세포주를 선별해 바이오리액터에 접종하고 배지를 공급해 대량 증식을 유도한다. 

증식된 세포는 근육 세포로의 분화를 거쳐 식용 가능한 조직으로 가공된다. 근육 세포로의 분화에는 동물의 근육 발달 과정을 모사한 물리적 자극이나 화학 물질이 활용된다. 분화가 완료된 세포는 3D 프린팅이나 스캐폴딩 등의 기술을 통해 거대 조직으로 만들어진 뒤 식품 원료로 사용된다.

세포 농업 기술은 현재 배양육 생산에 가장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배양 유제품, 배양 달걀, 배양 해산물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카제인, 유청 단백질 등 특정 단백질 생산에 특화된 세포주 개발이 가능해짐에 따라 맞춤형 동물성 단백질 생산 기술로서의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3. 세포 농업의 환경적, 사회경제적 효과: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의 혁신 

세포 농업은 기존 축산업이 초래하는 다양한 환경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토지와 물,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세포 농업으로 쇠고기를 생산할 경우 기존 대비 토지 사용량은 95%, 물 사용량은 82~96% 가량 감축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78~96% 저감할 수 있어 기후변화 대응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축 학대 문제 해결과 동물복지 개선에도 일조할 전망이다. 세포 농업은 동물 사육 및 도축 과정 없이 식용 단백질 생산이 가능하기에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항생제 오남용, 식중독, 인수공통 전염병 등 축산 연관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배양육의 경우 실험실 환경에서 무균 상태로 생산되기 때문에 위생 관리도 용이하다.  

나아가 기존 축산업 종사자들에게 새로운 소득원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 배양육 스타트업들은 양계 농가나 도축장과의 상생 모델을 모색하는 등 기존 축산업계와의 협력 방안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세포 농업이 축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세포 농업은 한정된 자원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의 단백질 생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식량 안보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취약한 축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구 증가에 따른 단백질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서 세포 농업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4. 세포 농업의 과제와 발전 방향: 기술 고도화와 사회적 수용성 제고가 관건

세포 농업이 대체 단백질 생산의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 비용 절감과 소비자 수용성 제고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세포 배양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배양액 조성과 바이오리액터 시스템의 최적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또한 완전 합성 배지 개발, 세포주 확립 기술 고도화 등 핵심 기술의 자립화도 요구된다.

식품으로서의 안전성과 영양학적 품질을 입증하기 위한 연구 및 검증 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세포 배양 과정의 위해 요소를 평가하고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독성 및 알레르기 평가, 영양 성분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아울러 맛, 향, 조직감 등 관능적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세포 농업이 가진 환경적, 윤리적 장점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도 중요하다. 아직 세포 농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낮고 막연한 거부감이 존재하는 만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보 제공과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연대해 세포 농업의 사회경제적 효과를 알리고, 올바른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산업계와 학계, 정부 간 긴밀한 협력 또한 세포 농업 발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기술 개발과 사업화 지원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 수립, 제도 정비, 인력 양성 등에 있어 산학연관의 공조가 요구된다. 특히 세포 농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규제 혁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가 성장 전략 차원에서 세포 농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신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단백질 공급,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바로 세포 농업이다. 기술 고도화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함으로써 세포 농업은 미래 축산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환경과 동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미래, 세포 농업이 그 길을 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